AI가 만든 작품에 저작권은 없다: 미 대법원 최종 판단의 의미와 크리에이터에게 남은 과제

· # AI 뉴스
AI 저작권 대법원 DABUS 인간 저작성 AI 아트 크리에이터 경제

2026년 3월 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Thaler v. Perlmutter(사건번호 25-449) 상고허가 신청(certiorari)을 기각했다.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생성한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사법부의 최종 답변이 내려진 것이다. 결론은 명확했다: 인간이 창작하지 않은 작품에는 저작권이 없다.

이 판결은 단순한 한 건의 소송 결과가 아니다. AI가 이미지, 코드, 음악, 텍스트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시대에 “창작물의 소유권”이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법적 기준점이 확립된 사건이었다.

8년에 걸친 소송: Stephen Thaler와 DABUS의 여정

이 사건의 중심에는 컴퓨터 과학자 Stephen Thaler(스티븐 세일러) 박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를 통해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라는 시각 예술 작품을 생성했다. 2018년, Thaler는 이 작품의 저작권 등록을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에 신청하면서 저작자(author)란에 “Creativity Machine”이라는 AI 시스템 이름을 기재했다1.

핵심은 Thaler의 주장 방식에 있었다. 그는 자신이 AI를 도구로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AI 자체가 저작자라고 선언한 것이다. 인간의 직접적인 창작 기여 없이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도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저작권청은 이 신청을 거부했다. “인간이 해당 작품을 창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2. Thaler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두 차례 모두 기각되었고, 2022년 6월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법원의 판단: 인간 저작성은 저작권의 근본 요건이다

2023년 8월,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Beryl Howell(베릴 하우얼) 판사는 저작권청의 결정을 지지했다. 판결문에서 Howell 판사는 1884년 대법원 판례 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를 인용하며,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works of authorship)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창작 행위를 전제한다고 판시했다3.

Thaler 측은 D.C. 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2025년 3월 18일, 3인 합의체는 원심을 인용하면서 보다 정교한 법리를 제시했다. 항소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4:

저작권법의 “저작자”(author)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인간 창작자를 의미해왔으며, 의회가 이 정의를 기계나 AI 시스템으로 확장한 적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항소법원이 “AI 기여의 정도에 따라 인간 저작성이 인정되는 경계선”에 대한 논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건에서는 그 쟁점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이다. Thaler가 저작권청 심사 과정에서 자신을 저작자로 주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포기(waive)했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의 침묵: 상고 기각이 의미하는 것

2025년 10월 9일, Thaler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를 신청했다. 2026년 1월 23일, 법무부 법무차관(Solicitor General)은 상고 기각을 권고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5. 그리고 2026년 3월 2일, 대법원은 별도의 의견 없이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상고 기각(certiorari denial)은 엄밀히 말해 하급심 판결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하급심의 법리가 그대로 확정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미국 법체계 내에서 AI 단독 생성물의 저작권을 다툴 수 있는 사법적 경로가 사실상 소진된 것이다.

법적 근거: “인간 저작성” 원칙의 뿌리

미국 저작권청의 실무편람(Compendium of U.S. Copyright Office Practices) 제306조는 “저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으려면 인간에 의해 창작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6. 이 조항은 헌법 제1조 제8항의 저작권 조항(Copyright Clause)과 1884년 대법원 판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1884) 판결에서 대법원은 저작자(author)를 “지적 산물의 기원이 되는 자”(he to whom anything owes its origin)로 정의했다. 당시 쟁점은 사진이 저작물인지 여부였는데, 대법원은 사진작가의 “정신적 구상”(mental conception)이 개입되었으므로 보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례는 140년이 지난 오늘날 AI 저작권 논쟁의 핵심 근거로 재소환되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저작권법(Copyright Act of 1976) 자체에는 “인간”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7. “저작자”(author)라는 용어의 해석을 통해 인간 저작성 요건이 도출된 것이며, 이 해석이 이번 소송을 통해 항소법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Zarya of the Dawn: 인간과 AI의 협업은 어떻게 되는가

Thaler 사건이 “AI 단독 저작”의 한쪽 극단이라면, 반대편에는 Zarya of the Dawn 사건이 있다. 2023년 2월, 미국 저작권청은 Kristina Kashtanova가 Midjourney를 활용해 제작한 그래픽 노블 “Zarya of the Dawn”에 대해 부분적 저작권을 인정했다8.

저작권청의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요소저작권 인정 여부
텍스트(스토리)인정
이미지 배치·구성인정
개별 AI 생성 이미지불인정

Kashtanova가 작성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선택·배열(selection and arrangement)에는 인간의 창작적 판단이 개입되었으므로 저작권을 인정하되, Midjourney가 생성한 개별 이미지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저작권청은 Midjourney의 이미지 생성 과정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사용자가 최종 결과물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결정은 현재 AI 창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사실상의 실무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즉, AI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만,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이 기여한 부분에 한정된다.

국제 비교: 나라마다 다른 답

AI 저작권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Thaler는 DABUS를 발명자로 내세워 전 세계에서 특허 출원도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국가마다 달랐다.

국가판단비고
미국불인정저작권·특허 모두 인간 저작성/발명자성 요구
영국불인정항소법원이 AI는 특허법상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9
유럽(EPO)불인정유럽특허청이 DABUS 출원 거부
호주1심 인정 → 항소심 뒤집힘연방법원 전원합의체가 AI 발명자 인정 판결을 번복10
남아프리카공화국인정실질적 심사 없이 형식 요건만 검토하여 특허 부여

남아공이 AI 발명자를 “인정”한 것은 해당 국가의 특허 시스템이 실질 심사를 거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며, 이를 국제적 선례로 보기는 어렵다. 호주의 경우 1심에서 AI 발명자를 인정하는 파격적 판결이 나왔으나, 2022년 전원합의체가 이를 뒤집었다.

저작권 영역에서도 각국의 입장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영국 저작권법(CDPA 1988)은 “컴퓨터 생성 저작물”(computer-generated works)에 대한 특별 조항(제9조 3항)을 두고 있어, “필요한 조치를 취한 자”(the person by whom the arrangements necessary for the creation of the work are undertaken)를 저작자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현대적 생성형 AI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아직 판례로 확인되지 않았다.

파급 효과: AI 아트, 코드, 음악의 법적 지위

이번 판결 확정이 가져올 실질적 영향은 광범위하다.

AI 이미지와 시각 예술

Midjourney, DALL-E, Stable Diffusion 등으로 생성한 이미지는 그 자체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는 곧 누구나 해당 이미지를 복제·수정·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아트를 판매하는 크리에이터나 이를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는 기업은 해당 이미지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다만 Zarya of the Dawn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인간이 AI 이미지를 선택·배열·편집하여 새로운 창작적 표현을 만들어낸 경우에는 그 편집과 구성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

AI 생성 코드

GitHub Copilot이나 Cursor 같은 AI 코딩 도구가 생성한 코드 역시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개발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AI가 출력한 코드 블록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이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준수, 소프트웨어 특허 전략, 기업의 지식재산권 관리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AI 음악과 오디오

AI가 작곡한 음악도 마찬가지다. 인간 작곡가가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서 최종 결과물에 대한 창작적 통제를 유지한 경우와, AI에게 “재즈풍 피아노곡을 만들어줘”라고 요청하여 나온 결과물 사이에는 법적 지위에 큰 차이가 생긴다. 후자는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

크리에이터와 기업에게 남은 과제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서 크리에이터와 기업은 몇 가지 현실적 과제에 직면했다.

첫째, “인간 기여”의 문서화다. AI를 활용한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창작적 판단을 내렸는지를 체계적으로 기록해두어야 한다. 프롬프트 작성, 결과물 선별, 후처리 편집 등 인간의 개입 지점이 명확할수록 저작권 주장이 견고해진다.

둘째, 계약과 라이선스의 재설계다. AI 생성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해당 결과물의 독점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계약법(contract law)이나 영업비밀(trade secret)과 같은 대안적 보호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 AI 서비스 제공업체와의 이용약관, 고객과의 납품 계약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입법적 대응의 가능성이다. 항소법원도 인정했듯이, AI 생성물의 저작권 보호 여부는 궁극적으로 의회의 입법적 판단에 달려 있다. 현행 저작권법이 AI 시대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보호 체계가 마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 시대, 창작의 의미를 다시 묻다

이 사건은 결국 “창작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돌아온다. Thaler는 DABUS가 자율적으로 “의식의 통합적 부트스트래핑”을 수행하여 창작물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이는 AI의 의식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의 법적 프레임워크는 분명하다.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하며, AI는 카메라나 붓과 같은 도구로 취급된다. 그러나 AI 시스템이 점점 더 자율적이고 복잡해지면서, “도구”와 “창작자” 사이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질 것이다. AI 안전과 윤리에 관한 논의가 기술 발전과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가지 역설적인 점이 있다. AI를 활용한 글쓰기가 보편화되는 시대에, AI로 블로그 글을 쓰는 방법을 다루는 콘텐츠조차 “인간이 AI를 도구로 사용한 결과물”로서의 저작권 지위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Thaler v. Perlmutter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그것이 열어놓은 질문들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AI 생성물의 법적 지위, 인간 창작성의 정의, 그리고 저작권법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기술이 발전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2026년 3월 현재, 미국 법 아래에서 AI가 만든 작품에 저작권은 없다.

Footnotes

  1. Thaler가 2018년 미국 저작권청에 제출한 저작권 등록 신청서. 저작자란에 “Creativity Machine”을 기재하고, Thaler 자신은 “work-for-hire” 소유자로 기재했다.

  2. U.S. Copyright Office, Review Board Decision Affirming Refusal of Registration of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Feb. 14, 2022). 원문

  3. Thaler v. Perlmutter, No. 22-1564, slip op. (D.D.C. Aug. 18, 2023). Beryl Howell 판사는 “Human authorship is a bedrock requirement of copyright”라고 판시했다.

  4. Thaler v. Perlmutter, No. 23-5233 (D.C. Cir. Mar. 18, 2025). 판결문 전문

  5. Brief in Opposition to Certiorari, No. 25-449 (Jan. 23, 2026). Reed Smith, “DOJ files SCOTUS brief opposing Thaler’s bid to overturn ‘human-only’ creation rule.” 원문

  6. Compendium of U.S. Copyright Office Practices, Third Edition, §306. “The Office will refuse to register a claim if it determines that a human being did not create the work.” 원문

  7. Houston Law Review, “What Is an ‘Author’?—Copyright Authorship of AI Art Through a Philosophical Lens” (2024). 미국 헌법이나 저작권법 어디에도 “human”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판례 해석을 통해 인간 저작성 요건이 확립되었다고 분석했다. 원문

  8. U.S. Copyright Office, Letter re: Zarya of the Dawn (Registration # VAu001480196) (Feb. 21, 2023). 원문

  9. Thaler v. Comptroller-General of Patents [2021] EWCA Civ 1374 (UK Court of Appeal). AI 시스템은 영국 특허법상 “발명자”(inventor)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0. Commissioner of Patents v. Thaler [2022] FCAFC 62 (Full Federal Court of Australia). 호주 연방법원 전원합의체는 1심의 AI 발명자 인정 판결을 번복했다.

이 글이 도움됐다면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