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7%, 원화 1500원 돌파: 이란 전쟁이 한국 증시를 뒤흔든 하루

· # 기타
KOSPI 환율 방산주 해운주 이란전쟁 한국증시 호르무즈

2026년 3월 3일, 한국 주식시장은 역사에 기록될 하루를 맞이했다. KOSPI(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는 개장과 동시에 곤두박질쳤고, 장 마감까지 낙폭을 키워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로 최종 마감했다.1 절대 낙폭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다. 2024년 8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로 인한 ‘블랙먼데이’(-8.77%) 이후 하락률 기준으로는 가장 큰 하루였고, 역대 전체 순위로는 14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2 이 모든 충격의 진원지는 하나였다 —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었다.

왜 한국이 가장 많이 흔들렸나: 에너지 동맥의 취약성

미국, 일본, 유럽의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했지만, 한국의 충격은 유독 깊었다. 아시아 증시 중 최대 낙폭이었다. 이유는 한국 경제 구조 자체에 내재된 취약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은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그 중동산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통과한다.3 세계 원유 거래량의 20–30%, 세계 LNG 거래량의 약 20%가 이 폭 55킬로미터짜리 해협에 실려 지나간다. 그런데 이란이 전쟁 개시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이 선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 경제의 혈관이 막힐 수도 있다는 실존적 경보였다.

여기에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주력 수출 산업 구조, 그리고 외국인 자금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개방된 자본시장이 더해지면서, 한국 증시는 글로벌 충격의 증폭기 역할을 했다. 미국 증시가 -0.1%대에 그친 날, 일본이 -3%를 기록한 날, 한국은 -7%대로 수직 낙하했다.4

산업통상부 문신학 차관은 “우리가 도입하는 석유·가스 상당 비중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함을 감안하여 유가 및 해상 운송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경제부총리 주도의 관계기관 합동대응반 가동을 발표했다.5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KOSPI 낙폭 해부: 6,000선의 붕괴

3월 3일 코스피 개장가는 전 거래일 대비 이미 수백 포인트 밀린 채 시작했다. 장중 한때 6,180선까지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외국인의 집중 매도세가 재개되자 낙폭은 빠르게 확대됐다.6 6,000선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장 마감 직전까지 지수는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코스닥 지수도 55.08포인트(4.62%) 내린 1,137.70으로 마감하며 동반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지수를 이끌어 내렸다. 시총 1위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는 9.88% 급락했다. 장중 한때 20만원 선이 붕괴됐고, 이 날 하루만으로 삼성전자가 증발시킨 시가총액은 수십조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SK Hynix)는 더 가팔랐다 — 11.5% 하락하며 100만원 선이 무너졌다.7 ‘20만전자’와 ‘100만닉스’로 상징되던 두 반도체 대장주의 동반 붕괴는 투자자들에게 공황에 가까운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

코스피 935개 상장 종목 중 842개가 하락했다. 사실상 시장 전체가 빠진 것이었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공포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날 시총 감소액은 377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8

특히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aviation), 석유화학(petrochemicals), 자동차(automotive) 등 내수·수출 복합 업종이 줄줄이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전쟁 발발과 함께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유 업종은 오히려 재고 평가이익 기대로 일부 종목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투매 일색이었다.

원화 1,505원의 의미: 17년이 잠깐이었다

3월 3일 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선을 상단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주간 거래가 끝나고 야간 시장이 열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중동 전쟁 관련 추가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달러 매수세가 폭발했고, 3월 4일 새벽 0시 22분께 원/달러 환율은 1,505.8원까지 치솟았다.9

1,500원선 돌파. 이 수치가 가진 의미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섰다. 이 수준을 마지막으로 기록한 시점은 2009년 3월 12일 — 글로벌 금융위기의 절정기였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공황 상태에 빠졌던 그 시절 이후 17년 만에 원화가 이 수준까지 밀린 것이었다.10

달러는 전쟁이 터질 때마다 빛나는 ‘안전자산의 왕’이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달러로 도주할 때, 원화 같은 신흥국 통화는 가장 먼저 밀린다. 한국의 경우 전쟁에 의한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이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원화 약세를 더욱 가속했다. 수입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는 이중 충격(double shock)이었다.

2009년 이후 한국 경제는 장기간 1,000–1,300원대의 환율을 경험했다. 1,400원대도 비상 상황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1,505원이었다. 시장이 인지하는 리스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이 숫자 하나가 설명하고 있었다.

방산·해운의 역설: 전쟁이 기회가 된 섹터들

증시 전체가 무너지는 날, 오히려 하늘 높이 날아오른 섹터들이 있었다. 방산·우주항공 섹터는 당일 평균 +16.97%, 해운 섹터는 +15.67%를 기록했다.11 공포장에서 피어난 탐욕이었다.

방산주의 급등은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즉각적인 연상에서 비롯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전 세계 방위비 지출 확대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특히 NATO 국가들의 자체 방어 역량 강화 수요, 중동 및 동아시아 안보 위기 심화에 따른 무기 수요 증가 전망이 한국 방산주를 끌어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nwha Aerospace)는 장중 최대 24.88% 폭등하며 1,492,000원에 거래됐다.12 LIG넥스원(LIG Nex1)은 27.11% 급등하며 647,0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화시스템(Hanwha Systems)은 +19.98%, 현대로템(Hyundai Rotem)은 +10.41%, 풍산(Poongsan)은 +11.40%를 기록하며 방산 관련주 전반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13

해운주는 다른 논리로 급등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되면 중동을 우회하는 대체 항로 수요가 폭증하고, 이는 해상 운임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진다. 2021년 에버기븐 좌초 사태나 2024년 홍해 위기 때 해운 운임이 폭등했던 경험이 투자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HMM(011200)은 +14.75%, 팬오션(Pan Ocean)은 +17.42%, 대한해운(Korea Line)은 무려 +25.81%까지 치솟았다.14

전쟁위험보험료도 이미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료는 평시 대비 최대 7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추산도 제기됐다.15 항로가 막히면 해운사들은 더 긴 우회 항로를 택하고, 운항 시간과 연료비가 늘어나는 만큼 운임은 오른다 — 해운주 투자자들은 이 메커니즘에 베팅했다.

외국인의 엑소더스: 5조 1,731억의 무게

이날 가장 두드러진 수급 현상은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 1,731억 원을 순매도했다 —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16 1위는 바로 직전 거래일이었던 2월 27일의 7조 812억 원이었다. 2거래일 연속으로 역대급 순매도가 발생한 셈이었고,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순매도액은 21조 원에 달했다.17

외국인이 가장 집중적으로 판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전쟁 발발 이후 수일간 삼성전자에서만 9조 2,893억 원이 순매도됐고, SK하이닉스에서도 3조 3,812억 원이 빠져나갔다.18 반도체 대형주 두 종목에서만 12조 원 이상이 이탈한 것이었다.

기관도 8,895억 원 매도 우위를 보여 지수 하락에 가담했다. 개인 투자자만이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합산 매도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이탈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했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신흥국 자산을 처분하고 달러 및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글로벌 위험 회피(risk-off) 흐름에 취약하다. 더구나 한국 증시의 핵심인 반도체는 경기 민감 섹터로,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가장 먼저 매도 대상이 된다. 2009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쇼크 때도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빠져나갔다.

향후 시나리오: 세 갈림길

전쟁의 향방에 따라 시장은 전혀 다른 경로를 밟을 것이었다.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시나리오 1: 제한전 후 조기 협상

전문가들 다수는 이번 공습이 전면전보다는 ‘핵 협상 압박’을 위한 군사적 선택지라는 분석을 내놓았다.19 이란의 제한적 대응 능력, 미국의 지상군 투입 배제 기조 등을 감안하면 조기 정전 및 협상 재개 가능성이 존재했다. 이 경우 호르무즈 봉쇄가 해제되고 유가가 진정되면서 코스피는 빠른 반등을 보일 수 있었다. 정부가 208일분의 원유·석유제품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발표20는 단기 공급 충격을 완충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시나리오 2: 장기 소모전

전쟁이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시장은 새로운 균형을 찾는 과정을 거칠 것이었다. 유가의 구조적 상승, 인플레이션 재연,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경우 한국 경제의 에너지 수입 비용은 대폭 늘어나고, 무역수지는 악화하며, 원화는 추가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었다. 방산·해운주의 강세는 지속되지만 시장 전체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3: 이란 체제 붕괴 또는 전면전 확대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였다. 미국이 이란 신정 체제의 총체적 붕괴를 노린 전면전으로 전환하거나, 이란이 페르시아만 일대의 제3국을 타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 충격은 차원이 달라질 수 있었다.21 코스피는 추가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느냐에 따라 방산주의 추가 상승 여부, 해운 운임의 지속성, 그리고 원화 환율의 안착 수준이 결정될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한국 증시가 중동의 화약 냄새에 이토록 민감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나라 경제의 에너지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3월 3일의 하루는 끝났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Footnotes

  1. 파이낸셜뉴스, “검은 화요일 코스피, 7% 급락해 5,800선 내줘…낙폭 역대 최대”, 2026-03-03. https://www.fnnews.com/news/202603031539049060

  2. 시사저널e, “코스피, IMF·금융위기급 폭락···과거 사례로 본 반등 가능성은”, 2026-03-03.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9584

  3. 서울신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비상… 국제 유가·해상 운임 급등 불가피”, 2026-03-02. 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6/03/02/20260302005004

  4. 서울신문, “코스피 -7%… 중동發 ‘검은 화요일’”, 2026-03-04. https://www.seoul.co.kr/news/economy/securities/2026/03/04/20260304001004

  5. MBC뉴스,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유가 100달러 현실로?”, 2026-03-01.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04172_37004.html

  6. 아시아투데이, “3거래일만에 꺾인 6000피…외인 5조 순매도로 낙폭 키워”, 2026-03-03.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03010000709

  7. blog.ai.dmomo.co.kr, “외국인, 삼전닉스 4.4조 ‘매도 폭격’… 방산·정유株는 급등”, 2026-03-03. https://blog.ai.dmomo.co.kr/news/21246

  8. 서울경제, “935개 종목 중 842개 떨어져…코스피 공포지수도 사상 최고”, 2026-03-03. https://www.sedaily.com/article/20014759

  9. 글로벌이코노믹,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서 1500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처음”, 2026-03-04. https://www.g-enews.com/article/Finance/2026/03/202603040033402332bbed569d68_1

  10.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한때 1,500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처음(종합2보)”, 2026-03-04. https://www.yna.co.kr/view/AKR20260304002152109

  11. 브리핑 데이터 기준: 방산·우주항공 섹터 +16.97%, 해운 섹터 +15.67% (2026-03-04 모닝 브리핑).

  12. 뉴스타운, “[이란 전쟁] 코스피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방산주’ 급등”, 2026-03-03. https://www.newsto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5780

  13. 연합뉴스, “[특징주] 美-이란 전쟁에 국내 방산주 동반 급등세”, 2026-03-03. 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303040000008

  14. 달공이의 주식 투자 이야기, “2026년 3월 3일 KOSPI 200 주식 종목 등락율 정보”, 2026-03-03. https://dal02stock.tistory.com/71142

  15. 인사이트코리아, “호르무즈에 갇힌 韓 해운…운임 80%·보험료 7배 폭등 현실화?”, 2026-03-03. https://www.insigh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2026

  16. econmingle.com, “삼성전자 주주들 잠 못 이룬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5조 던진 ‘결정적 이유’”, 2026-03-03. https://econmingle.com/economy/kospi-black-tuesday-record-plunge-us-iran-w/

  17. 조선일보, “21조 던진 외국인, 삼성전자·하이닉스 팔고 소부장으로 이동”, 2026-03-03.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6/03/03/EYPKJXTRXFDAXHSQINSE6XXMEM/

  18. 같은 글.

  19. 이코노빌, “미, 이란 공습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제한전’ 수준 그칠 듯”, 2026-02-28.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731431

  20. 연합뉴스, “반도체장비·납사 등 호르무즈 의존도 높아…수입다변화 등 대비”, 2026-03-03. https://www.yna.co.kr/view/AKR20260303152300003

  21. 나무위키, “2026년 중동 위기”. https://namu.wiki/w/2026%EB%85%84%20%EC%A4%91%EB%8F%99%20%EC%9C%84%EA%B8%B0

이 글이 도움됐다면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