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2%, 코스닥 -14%: 9/11급 공황인가, 저가매수 기회인가
2026년 3월 5일, 한국 증시는 역사를 새로 썼다. KOSPI(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 하락하며 5,093.54에 마감했다. 하락률 -12.06%. 2001년 9·11 테러 직후 기록한 -12.02%를 25년 만에 경신한 역대 최대 낙폭이었다.1 코스닥은 더 가팔랐다. KOSDAQ은 159.26포인트(14.00%) 하락한 978.44로 장을 끝냈다. 코스닥 역사상 최대 하락 기록(종전 2020년 3월 -11.71%)도 이 날 갈아치워졌다.2 이틀간 코스피 누적 낙폭은 약 19%. 코스피가 이틀 만에 1,150포인트 이상 사라진 것이다.3
어제(3/4)의 -7.24%로 이미 충격이 컸지만, 오늘 그 기록을 자신이 깼다. ‘공황’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KEY] 코스피 -12.06%, 코스닥 -14.00%. 둘 다 해당 지수 역사상 최대 단일일 낙폭. 2001년 9·11 테러 이후 25년 만에 경신된 숫자였다.
역사와의 비교: 숫자가 말하는 것
이번 낙폭을 역사적 맥락에 놓으면 그 규모가 더 선명해진다.
| 사건 | 날짜 | KOSPI 일간 등락률 |
|---|---|---|
| 2026년 이란 전쟁 (2일차) | 2026.03.05 | -12.06% |
| 9·11 테러 | 2001.09.12 | -12.02% |
| 글로벌 금융위기 | 2008.10.24 | -10.57% |
| 블랙먼데이 (엔캐리 청산) | 2024.08.05 | -8.77% |
| 코로나19 팬데믹 | 2020.03.19 | -8.39% |
| 2026년 이란 전쟁 (1일차) | 2026.03.04 | -7.24% |
9·11 테러 당시 -12.02%는 25년간 코스피 역사의 ‘최악의 날’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 수치를 0.04%포인트 차로 경신한 것이 이번 이란 전쟁 2일차다. 오전 장중에는 -12.2%까지 내려가며 9·11 기록을 더 크게 넘어서기도 했다.4 장 후반 일부 반등해 -12.06%에 마감한 것이, 오늘의 ‘그나마’였다.
9·11 당시 뉴욕 증시는 충격 이후 며칠 만에 반등했다. 코로나 쇼크 때도 -8.39%짜리 최악의 하루 이후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됐다. 역사가 반복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극단적 공포가 언제나 절대적 바닥은 아니었다는 사실만큼은 역사가 보여준다.
오늘 -12%: 어제보다 왜 더 나빴나
어제 -7%만으로도 충격이었는데, 왜 오늘은 -12%까지 갔을까.
첫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재개장 효과다. 오전 11시 16분, 코스닥이 -8.11% 하락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곧이어 코스피도 -8% 선에서 동반 발동됐다.5 20분간 거래가 완전히 멈췄다. 그런데 서킷브레이커는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어도, 공황 심리 자체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낙폭은 오히려 더 가팔라졌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른 매도 세력이 더욱 거세게 쏟아진 셈이었다.
둘째, 어제와 달리 기관까지 대거 이탈했다. 오늘 코스피 기관 순매도는 5,978억원에 달했다. 어제까지 매도세를 주도하던 외국인(어제 KOSPI서 5조원 이상 순매도)이 오늘은 순매수로 전환(+2,303억)한 반면, 기관이 바통을 받아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이다. 기관의 이탈은 연기금·펀드 등 장기투자 세력조차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시장은 해석했고, 그 자체가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셋째, 이틀 연속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청산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 어제 급락장에서 빌린 자금으로 주식을 보유하던 투자자들의 계좌가 하락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이는 지수를 누르는 추가 매도 압력이 됐다. 공황의 전형적인 가속 구조다.
섹터별 낙폭: 에너지·기계·해운의 참사
전 섹터가 빠졌지만 낙폭의 깊이는 달랐다.
| 섹터 | 일간 등락률 |
|---|---|
| 에너지장비 | -17.13% |
| 기계 | -16.69% |
| 비철금속 | -16.45% |
| 해운사 | -15.19% |
| 운송인프라 | -2.66% |
| 부동산 | -5.93% |
에너지장비, 기계, 비철금속이 -16–17%대를 기록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히 유가를 올리는 것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였다. 한국의 주요 플랜트 수출처는 중동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신규 수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해운사 또한 -15%를 넘었다. 어제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검문·통제 강화를 선언하면서, 이란 원유를 운반하거나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운행 자체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 팬오션, HMM, KSS라인 등의 주가는 16–17%씩 폭락했다.6
반면 운송인프라(-2.66%)와 부동산(-5.93%)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내수 중심이라 중동 리스크에 덜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방’이라고 해봐야 하락은 하락이었다.
외국인의 역주행: 코스닥에서 1.2조 매수
[!QUOTE] 개인이 공황에 투매하는 자리에서, 외국인은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이 날 가장 눈에 띄는 수급 신호는 외국인의 코스닥 매수였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1,70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12,03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수가 -14% 붕괴되는 한복판에서 외국인은 코스닥을 1.2조원어치 쓸어 담았다. 코스피에서도 외국인은 2,303억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관점의 문제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저가매수 신호’다. 외국인 기관들이 이미 수익화한 포지션을 갖고, 폭락장에서 싸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피·코스닥이 연초 이후 40% 이상 상승한 이후 나온 조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여전히 한국 주식의 장기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과거 9·11이나 코로나 쇼크 때도 저점에서의 외국인 매수는 이후 반등의 선행 신호였다는 경험칙이 있다.
다른 하나는 ‘헤지성 매수’다. 선물 쇼트(공매도)와 함께 현물을 담는 복합 전략이라면, 외국인의 현물 매수가 반드시 강세 신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기관이 5,978억원을 매도하는 동안 외국인이 매수했다면, 서로 다른 방향의 전략이 부딪힌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개인이 공황에 투매하는 자리에서, 외국인은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역사적으로 이런 패턴의 끝이 항상 나쁘지는 않았다.
VIX와 미국 경제: 공황은 한국에만 있었다
이 날 국제 공포지수인 VIX(Volatility Index)는 21.15로 오히려 2.42포인트 하락했다.7 한국 증시가 역대 최대로 폭락하는 날, 미국 시장은 오히려 공포가 줄었다. 이 불균형은 이번 사태의 성격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 공황이 아니라, 한국에 집중된 지정학적 타격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실물 경제 지표도 견조했다. 3월 5일 발표된 ISM 서비스업 PMI는 56.1로, 시장 예상치 53.5를 대폭 상회했다.8 미국 경제는 멀쩡했다. 그 나라 시장은 오히려 반등하고 있었다. 한국만 12% 폭락하는 동안 미국은 괜찮은 경제지표에 안도했다.
WTI 원유는 $76.11로 +2.08% 상승했고, 금은 $5,151.60으로 +0.87% 올랐다. 안전자산 수요는 여전했지만 유가 급등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 역시 눈에 띈다. 유가 상승 속도의 둔화는 시장이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조금씩 재가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비트코인의 역설: 공포 속 +7.36%
가장 이질적인 숫자는 비트코인이었다.
한국 증시가 -12% 폭락하던 날, 비트코인(Bitcoin)은 +7.36% 상승하며 $73,328을 기록했다.9 크립토 시장의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는 10점으로 ‘Extreme Fear(극단적 공포)’ 상태였음에도, 가격은 올랐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한 가지 관점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시각이다.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일부 자금이 전통 금융시스템과 분리된 비트코인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 금($5,151)도 +0.87% 상승했다는 점이 이 해석을 지지한다.
또 다른 관점은 이란·CIA 협상 보도의 영향이다.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 경로를 통해 미 CIA에 분쟁 종식 협의를 타진했다는 NYT 보도가 장 마감 후 나왔고, 이것이 야간 시간대의 위험자산 반등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10 원달러 환율도 야간에 1,461원대로 소폭 하락 전환했다.
비트코인의 +7%는 주식시장의 공황과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기대감의 선반영이었을 수 있다. 크립토 시장은 주식 시장보다 24시간 빠르게 움직인다.
이란 협상설: 출구 조건과 시장의 반응
장 마감 이후, 하나의 보도가 야간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습 다음날,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 CIA에 접촉해 분쟁 종식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보도했다.11 구체적으로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니가 오만의 중재를 통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 WSJ에서도 앞서 보도됐다.
이란 측은 즉각 부인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엑스(X)에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고, 이란 외무장관도 같은 날 강경한 입장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미 너무 늦었다”는 강경 발언을 내놨다.12
협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협상 성사 여부가 아니라, 양측 모두에 출구를 찾으려는 신호가 있다는 사실 자체다. 이란의 접촉 시도가 사실이라면, 전쟁이 무한정 확전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조금 멀어진다. 이것만으로도 단기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충분했다.
원화의 셈법
원달러 환율은 3월 5일 종가 기준 1,461.76원(+0.65%)을 기록했다.13 어제 1,500원을 터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안정화 추세다. 이란 협상설이 야간에 퍼지며 1,462원대로 소폭 더 떨어지기도 했다.
원화는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직격탄을 맞는 통화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 비용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원화는 다시 1,500원을 향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협상이 진전된다면 빠른 강세 전환도 가능하다. 환율은 현재 이란 전쟁의 온도계 역할을 하고 있다.
공황의 지형도: 남은 질문들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오늘 시장은 두 개의 상충하는 신호를 동시에 발신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역대 최대 낙폭, 서킷브레이커 발동, 섹터 전체의 동반 하락이라는 공황의 신호들이 있었다. 한국 증시의 연초 이후 상승분이 이틀 사이에 상당 부분 사라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의 코스닥 1.2조 저가매수, 비트코인의 역주행, VIX의 하락, 이란 협상설,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라는 반전 신호들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이후의 방향을 결정할지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다. 봉쇄가 완전히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의 실질적인 손상이 시작된다. 협상이 진전되면 V자 반등의 에너지는 충분하다. 2026년 들어 코스피는 연초 이후 40% 이상 상승한 세계 최고 성과 시장이었기 때문이다.14
역사는 항상 공황이 끝난 다음에야 그 바닥이 어디였는지 알려준다. 지금 우리가 그 바닥에 있는지, 아니면 아직 더 내려갈 길이 있는지는, 내일 이 시각에 다시 물어야 한다.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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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코스피 -12.06% 역대 최대 하락…9·11 테러 때보다 더 떨어졌다”, 2026년 3월 5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106 ↩
-
시사저널, “9·11 때보다 더 큰 ‘충격’ 덮쳤다…코스피, 이틀 만에 1150p 폭락”, 2026년 3월 5일.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639 ↩
-
로이터, “Korean stocks record worst day, won sinks on Iran conflict”, 2026년 3월 4일.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korean-stocks-dive-won-hits-17-year-low-iran-conflict-2026-03-04/ ↩
-
Al Jazeera, “South Korea’s stock market suffers biggest drop in history amid US-Iran war”, 2026년 3월 4일. https://www.aljazeera.com/economy/2026/3/4/south-koreas-stock-market-in-meltdown-amid-us-iran-war ↩
-
나무위키, “서킷브레이커”, 2026년 3월 기준. https://namu.wiki/w/%EC%84%9C%ED%82%B7%EB%B8%8C%EB%A0%88%EC%9D%B4%EC%BB%A4 ↩
-
Al Jazeera, “South Korea’s stock market suffers biggest drop in history amid US-Iran war”, 2026년 3월 4일. https://www.aljazeera.com/economy/2026/3/4/south-koreas-stock-market-in-meltdown-amid-us-iran-war ↩
-
브리핑 데이터, VIX 21.15(-2.42), 2026년 3월 5일 기준. ↩
-
브리핑 데이터, 미국 ISM 서비스업 PMI 56.1 (예상 53.5), 2026년 3월 5일 발표. ↩
-
브리핑 데이터, BTC $73,328 (+7.36%), 2026년 3월 5일 기준. ↩
-
연합뉴스, “NYT ‘이란 정보당국, 제3국 통해 美 CIA에 물밑 협상 요청’”, 2026년 3월 5일. https://www.yna.co.kr/view/AKR20260305000600072 ↩
-
연합뉴스, “NYT ‘이란 정보당국, 제3국 통해 美 CIA에 물밑 협상 요청’”, 2026년 3월 5일. https://www.yna.co.kr/view/AKR20260305000600072 ↩
-
한국경제, “이란 정보부, 美 공습 다음날 CIA에 분쟁 종식 위해 접촉”, 2026년 3월 4일. https://www.hankyung.com/amp/202603049557i ↩
-
브리핑 데이터, 원달러 1,461.76원(+0.65%), 2026년 3월 5일 종가 기준. ↩
-
Euronews, “South Korean stocks suffer worst day on record amid Iran war shocks”, 2026년 3월 4일. https://www.euronews.com/business/2026/03/04/south-korean-stocks-suffer-worst-day-on-record-amid-iran-war-shoc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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