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2주차: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WTI $119→$85, G7의 개입

· # 기타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유가 이란 원달러환율

이란 전쟁이 2주째로 접어든 3월 10일, 한국 증시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작동해야 할 만큼의 충격을 받았다. 장중 코스피(KOSPI)가 8% 이상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024년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었다.1 동시에 국제 유가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19를 돌파했다가, 오후 들어 G7의 비축유 방출 시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는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85대까지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2 패닉과 반전이 하루 안에 연속으로 터진 날이었다.

전편인 이란 전쟁 초기 충격 분석에서 다뤘던 전쟁 발발 직후의 공포는 이제 2라운드로 진입했다. 첫 주가 ‘충격’이었다면, 2주차는 ‘소화’와 ‘개입’이 뒤엉킨 국면이었다.

유가 쇼크: WTI $119의 의미

장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재확인한 데다, 주말 사이 미군과 이란 혁명수비대 간 교전이 격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시아 선물 시장에서 원유가 폭등했다. 결국 장 시작과 함께 WTI(West Texas Intermediate) 선물은 배럴당 $119.48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도 $119.40을 기록했다.3

$119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2011–2012년 리비아 내전·이란 핵 위기 국면에서 브렌트유가 $115를 넘었을 때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기억하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 수치는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경기 침체’라는 두 단어를 동시에 연상시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 충격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유가 급등 → 인플레이션 우려 → 금리 인하 기대 소멸 → 수출주 밸류에이션 하락이라는 연쇄반응은 국내 반도체·자동차·항공 섹터를 직격했다. 오전 장에서 반도체 섹터는 -8.28%, 자동차 섹터는 -8.15%, 항공사 섹터는 -7.94%의 낙폭을 기록했다.4

서킷브레이커 발동: 15번째 역사

코스피는 장중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1단계가 발동됐다. 현물과 선물 시장이 동시에 멈췄고, 20분이 지난 뒤 10분간 단일가 주문 접수를 거쳐 시장이 재개됐다.5

한국거래소가 1998년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한 이래 20여 년간 이 장치가 발동된 횟수는 3월 10일을 포함해 15번이었다. 발동 조건이 그만큼 까다롭다는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발동이 됐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 사건에 준하는 충격임을 의미했다. 직전 발동은 2024년 8월, 일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서 비롯된 글로벌 패닉 당시였다.6

[!KEY] 서킷브레이커 1단계 발동 조건: 코스피 또는 코스닥이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될 때 발동. 발동 즉시 30분간(20분 정지 + 10분 단일가 접수) 전 시장 거래가 중단된다. 장 마감 40분 전인 2시 50분 이후에는 발동되지 않는다.

시장이 재개된 이후에도 매도세가 지속됐지만, 오후 들어 유가 반락과 함께 낙폭이 일부 회복됐다. 코스피는 최종적으로 5,251.87(-5.96%)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1,102.28(-4.54%)을 기록하며 낙폭이 완화됐다.

원화 1,495원: 트리플 약세의 절정

주식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이날 트리플 약세(triple weakness) — 주식·채권·원화 동반 하락 — 를 경험했다.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95.50원까지 치솟았다. 1,500원 직전에서 멈춘 수치였지만, 이미 지난주 3월 4일 야간 거래에서 1,505원을 일시 돌파한 전력이 있었기에 시장은 ‘1,500원 공방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후 유가 급락과 함께 달러 매수세가 진정되면서 환율은 1,465.88원(-0.92%)으로 마감했다.7

채권 시장에서는 한국 3년물 국채 금리가 +20bp 급등해 3.42%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재점화하면서 통화당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늦게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채권 매도 압력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극단적인 주체별 공방이 벌어졌다.

투자 주체순매수(억 원)
외국인-31,735
기관-15,441
개인+46,242

외국인과 기관이 합산 47,176억 원을 던진 날, 개인 투자자는 홀로 46,242억 원어치를 받아냈다.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가 8(Extreme Fear)을 기록하는 가운데, 개인들은 반대로 저가 매수에 나선 셈이었다.8

G7의 개입: 비축유 방출 카드

반전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두 개의 뉴스였다.

첫 번째는 G7이었다. 월요일(한국 시간 기준 3월 9일 오후) G7 재무장관들이 화상 회의를 열어 긴급 비축유 방출을 논의했다.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회의 후 공동성명에 “비축유 방출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 지원을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9 이어 3월 10일 오전(현지 시각 기준) G7 에너지장관 회의가 예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은 12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중 25–30%에 해당하는 3–4억 배럴 방출을 검토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10

두 번째는 트럼프였다. 미 대통령은 현지 시각 3월 9일 오후 CBS 기자를 통해 “전쟁은 매우 빠르게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지목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외에 다른 인물을 이란 지도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크렘린 역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하며 전쟁 조기 종식 방안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11

이 두 재료가 뉴욕 시장에 겹쳐 들어오면서 유가가 급락했다. WTI는 $119대에서 $85.08(-6.40%)까지 하락하며 하루 만에 $34를 반납했다. S&P 500(Standard & Poor’s 500)은 6,795.99(+0.83%), 나스닥(Nasdaq)은 22,695.95(+1.38%)로 반등해 마감했다.12

[!KEY] 이날 유가는 $119→$85,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 발동 후 -5.96% 마감이라는 두 개의 역설적 수치로 요약됐다. 오전의 패닉과 오후의 반전이 같은 거래일 안에 공존했다.

3월 10일 시장 데이터 요약

graph LR
    A[WTI 장중 $119.48] -->|G7 비축유 방출 시사\n트럼프 '전쟁 곧 끝날 수도'| B[WTI 마감 $85.08\n-6.40%]
    C[코스피 장중 -8%+\n서킷브레이커 발동] -->|유가 반락\n외국인 매도 진정| D[코스피 마감 5,251.87\n-5.96%]
    E[원화 장중 1,495원] -->|달러 강세 완화| F[원화 마감 1,465.88원\n-0.92%]

주요 지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지표수치변동비고
코스피5,251.87-5.96%장중 서킷브레이커 발동
코스닥1,102.28-4.54%
WTI$85.08-6.40%장중 고가 $119.48
브렌트$88.69-4.32%장중 고가 $119.40
USD/KRW1,465.88-0.92%장중 고가 1,495.50원
한국 3년물3.42%+20bp인플레 우려 반영
S&P 5006,795.99+0.83%뉴욕 반등
나스닥22,695.95+1.38%뉴욕 반등
VIX25.50공포 구간
F&G8Extreme Fear

다음 국면의 변수들

3월 10일 오전의 패닉이 오후 들어 반전된 것은, 시장이 유가 100달러 이상의 수준을 ‘일시적 공포’로 재해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G7이 비축유 방출에 나설 경우, 과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단기적으로 유가를 10–15달러 끌어내리는 효과가 기대됐다. 트럼프의 발언은 구체성이 낮았지만 협상 의지 자체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충분한 재료였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위협 상태였고, 이란 신정 체제는 완전히 와해되지 않았다. 비축유 방출은 수개월의 완충 효과는 주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었다. 코스피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수십조 원 규모로 불어났고, 반도체·자동차 섹터의 펀더멘털이 단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웠다.

한국 증시는 1주차에 전쟁의 ‘1차 충격’을, 2주차에 유가 롤러코스터와 G7 개입이라는 ‘2차 국면’을 통과했다. 서킷브레이커가 가동되는 장세에서도 개인들은 4조 6천억 원을 사들였다 — 이것이 패닉 매도의 끝인지, 더 큰 폭락 전의 착시인지는 G7 에너지장관 회의의 결과와 전황이 결정할 것이었다.


Footnotes

  1. Toss Bank, “주식 시장이 멈췄다? 서킷브레이커 뜻, 발동 조건, 사이드카 차이 알아봐요”, 2026-03-10. https://www.tossbank.com/articles/circuit-breaker

  2. CNBC, “G7 energy ministers to meet Tuesday morning to discuss release of oil reserves, sources say”, 2026-03-09. https://www.cnbc.com/2026/03/09/iran-war-g7-energy-minister-oil-reserves.html

  3. 브리핑 데이터: WTI 장중 고가 $119.48, 브렌트 장중 고가 $119.40 (2026-03-10 모닝 브리핑).

  4. 같은 브리핑: 반도체 -8.28%, 자동차 -8.15%, 항공사 -7.94%.

  5. 나무위키, “서킷브레이커”, 2026-03-10 기준. https://namu.wiki/w/%EC%84%9C%ED%82%B7%EB%B8%8C%EB%A0%88%EC%9D%B4%EC%BB%A4

  6. 중앙일보, “[속보] 코스피 폭락에 서킷브레이커 발동…20분간 거래 중단”, 2024-08-0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8529

  7. 브리핑 데이터: USD/KRW 1,465.88(-0.92%), 장중 고가 1,495.50원 (2026-03-10 모닝 브리핑).

  8. 같은 브리핑: 외국인 -31,735억, 기관 -15,441억, 개인 +46,242억, VIX 25.50, F&G 8.

  9. Euronews, “G7 ‘not there yet’ on releasing oil reserves as Iran war drives price surge”, 2026-03-09. https://www.euronews.com/business/2026/03/09/g7-not-there-yet-on-releasing-oil-reserves-as-iran-war-drives-price-surge

  10. CNBC, “G7 energy ministers to meet Tuesday morning to discuss release of oil reserves, sources say”, 2026-03-09. https://www.cnbc.com/2026/03/09/iran-war-g7-energy-minister-oil-reserves.html

  11. CNBC, “Trump says Iran war will end ‘very soon,’ predicts lower oil prices”, 2026-03-09. https://www.cnbc.com/2026/03/09/trump-iran-war-end.html

  12. 브리핑 데이터: S&P 500 6,795.99(+0.83%), 나스닥 22,695.95(+1.38%) (2026-03-10 모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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